본문 바로가기
예술

표현과 시대 : 풍토와 표현

by Dreamer BiBi 2025. 1. 16.
반응형

표현과 환경
인간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좋거나 싫거나 관계없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조형 표현이라고 하는 인간의 행위도 유형적 및 무형적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 작품으로 이루어져 생겨나온 것입니다. 표현에 영향을 미친 환경은 우선 시대의 차이이며, 다음으로 작품을 낳은 풍토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현과 시대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인류 문화의 발달 정도가 달라지고, 정치, 종교, 생활양식 등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조형 표현에도 영향을 미쳐 시대에 따라 다른 조형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그 시대와 미술이 어떻게 관계하며 변화해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회화 유품은 약 2만 년 전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입니다. 당시 농경을 모르고 동굴에서 수렵 생활을 하던 인류는 손쉬운 재료를 사용해 동굴 벽에 동물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후세 사람들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동물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생태나 습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기억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원시적인 조형은 솔직한 표현으로 자신에 대한 관심이 강하게 드러나며, 어린이의 표현처럼 심리적인 균형이 유지됩니다. 지나치게 많은 장식은 인간의 장식 본능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농경이 시작되면서 집이 세워지고 곡물을 저장하기 위한 옹기그릇 등이 만들어지며 여러 가지 조형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집들이 모여 마을이 생기고, 마을이 커지면 민족의 이동이 일어나며, 지구의 지배자가 나타나고 나라와 통치자가 생깁니다. 이로 인해 풍토나 자원, 왕의 지배 면적에 따라 문화의 발달에도 차이가 생겨 조형 활동이 다양해집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에서는 태양의 아들(파라오)이라 불리는 왕이 자연물과 자연현상을 신격화하여 여러 가지 조형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왕이 죽으면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아름답게 장식된 관에 넣고, 분묘 벽에는 왕의 공적을 표시하는 그림이 그려졌으며, 왕의 상이 문앞에 세워졌습니다. 자연신의 신앙은 신화를 낳고, 전설이나 신화가 사람들의 감정까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대리석의 산출과 자유와 미를 사랑하는 심정에서 신을 인간의 이상적인 아름다운 형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진과 미가 일치하여 여러 가지 학문이 발전하였고, 후세까지 규범이 될 만한 아름다운 조각이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신을 대신한 그리스도교와 불교 등의 종교가 생기면서 그들 종교를 중심으로 한 조형 미술이 발달했습니다. 회교에서는 우상 숭배를 부정하며 특징 있는 교회를 세워 아라비아 무늬로 장식하였고, 그림이나 조각은 놓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에서는 교회 건축과 함께 그리스도나 성모, 사도들에 관한 많은 조각과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르네상스는 유럽 미술의 화려한 황금시대를 만들어냈습니다.
인도에서 발달한 불교는 불교 미술을 남기며 인도에서 중국,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래되었습니다. 종교에 의해 발달한 조형 미술은 각지의 왕조나 권력자의 위엄을 나타내거나, 서민 생활이나 자연으로 눈을 돌리게 하여 근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유럽에서는 왕, 왕자, 왕비, 공주 등의 초상이 걸리며, 18세기에는 바티칸 궁전에서 장식 과잉의 가구 등이 놓였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 과학이 발전하면서 조형 미술도 급속히 근대화되었습니다. 인상파에서 후기 인상파로, 그리고 파리파에 이르러 표현은 개성적이 되었고, 표현을 위한 변형이 이루어졌습니다. 종래의 종교적 또는 문학적 정서에 얽매였던 조형 활동은 조형성이 존중되어 추상화가 촉진되었습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조형 미술도 변천해왔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속담처럼 과거로의 복귀 현상도 나타납니다. 이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 정신에 의해 순화된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미술은 전통의 계승과 함께 항상 새로운 창조를 계속합니다.

풍토와 표현
시대의 진전에 따라 표현의 양상이 다르듯이, 기후, 산물, 민족, 종교, 생활양식 등 다양한 풍토의 차이에 의해 표현의 재료나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과 한국을 비교해보면, 유럽은 대륙의 일부로서 공기가 건조하고 투명하며, 그리스나 이탈리아에서는 양질의 대리석이 산출되고 그리스도교를 신봉합니다. 서양인의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은 합리적이며,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반면, 한국은 기후가 온화하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자연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합니다. 고려자기와 조선백자는 한국의 풍토와 기호를 잘 나타냅니다.
회화 표현으로는 유화와 수묵화의 차이가 있습니다. 유화는 견고한 캔버스 위에 그림물감을 덧칠해 나가는 데 적합하며, 사실적인 표현에 적합한 재료입니다. 반면, 수묵화는 즉흥적으로 심상적인 풍경이나 인물을 표현하려고 하며, 빛깔이 부정되고 묵색이 중시됩니다. 명암이나 음영에 의한 양감 표현은 부정하고, 묘선이나 먹에 의해 두께나 무게의 느낌을 냅니다.

표현의 교류
표현은 풍토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지만, 다른 풍토의 조형 속에서 상사(相似)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민족의 이동이나 문화 교류 때문입니다. 한국의 고대 역사에서 문화상의 커다란 변혁은 중국 남북조로부터의 불교 전래였습니다. 이는 교의뿐만 아니라 철학, 문학, 건축 등 모든 조형 문화의 전래였습니다. 당나라에서는 인도와의 문화 교류가 이루어졌고, 간다라 불상은 그리스·로마 조각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실크로드는 동서 문화를 연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중앙 아시아의 여러 가지 집기들이 고대 한국에 전래되어 당시 한국의 조형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세기 초 유럽 화가들은 동양 회화에 흥미를 느꼈고, 고갱은 색면으로 대상을 파악하여 동양화의 평면도를 시도했습니다. 선묘의 아름다움은 마티스 등의 그림에서도 나타나며, 1950년대에 세계를 휩쓴 앵포르멜의 회화 기법도 동양화의 몰골법과 깊은 유대를 가졌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문화 교류는 더욱 활발해졌고, 조형 표현도 지역의 차이를 줄였지만, 결국 각 지역의 전통 속에 흡수되어 융합되며 항상 새로운 문화가 계속해서 생겨납니다.

반응형